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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록하는 공간

글쓰기

by EUNY 에우니 2020. 9. 12.

 

 

어렸을 적 학교에서 분기마다 했던 글쓰기와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 나는 항상 상상화 그리기를 선택하는 학생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했고 스스로 재능이 뛰어나다고 귀엽게도 자만했던 시절이었다.

그럴만한 게 학교에서 하는 그림대회에서 빼놓지 않고 모두 상을 받았던 나였다.

조금 자랑하자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내 방의 벽 4면 중 2면이 상장으로 가득 차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글쓰기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을뿐더러, 잘 쓴 글에 공감조차 못할 정도로 관심 밖의 분야였다.
또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막막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일기도 억지로 꾸역꾸역 썼던 기억이 난다.

같은 백지지만 새하얀 도화지는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면, 원고지는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다.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오글거리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으면서

정작 말로 표현하기 부끄러운 것들을 편지에 글로 써서 전하곤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한 행동이다.
보통은 사과, 반성,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었다. 주로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친구나 부모님께 전했다.
감정표현에 서툴러 평소에는 표현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말로 하기 힘들었다.

 

그랬던 내가 놀랍게도 최근들어 글쓰기에 관심이 아주 많이 생겼다.

처음에는 기록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 일기를 쓰고, 여행기를 기록하고, 어느 날은 요즘 나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적었다.

글을 쓰다 보니 조금 더 재미있고 맛깔나게 쓰고 싶어 졌다. 그래서 필사도 하고 책도 읽기 시작했다.

 

막막했던 글쓰기를 도전할 수 있게 해 준 수필집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슬아 수필집'이다.

사실 이 수필집은 글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시절 디자인 관련 전시회 관람을 하던 중 발견한 책이다.

같이 관람하던 언니가 요즘 sns에서 핫한 작가님이라고 알려주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호기심이 생겨 증정용의 작은 책에 짧은 만화로 그려진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계획에 없던 책을 구매했다.

그것도 수필집을. 수필은 문학시간에나 만날 수 있었던 어색한 사이였는데 말이다.

그녀의 수필은 정말 큰 힘이 있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나도 집중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힘.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힘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나만의 글을 쓰는 것을 도전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한 줄, 한 줄 써내려 가다 보니 나는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일 년에 두어 번 편지를 쓰는 게 글쓰기의 다였던 그때는 그 작은 편지지 조차도 가득 채우지 못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긴 글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전문적으로 글을 아주 잘 쓰지는 못 한다.

그냥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기록하는 게 재미있을 뿐. 그럼 어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꾸준히 써온 일기를 최근에 다시 읽어봤는데 재미있더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인생에 참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